[역경의 열매] 신용원 (7) 마약퇴치운동본부 “청소년 재활교육 맡아달라”

신학교서 ‘마약 극복한 인물’ 유명세… 아이들에게 경험 들려주고 기도해줘

입력 2015-04-21 00:20
[역경의 열매] 신용원 (7) 마약퇴치운동본부 “청소년 재활교육 맡아달라” 기사의 사진
국내 한 교도소에서 신용원 목사가 마약 사범 재활교육을 하고 있는 모습.
신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는 사람들을 피해 다녔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학우들과 정기적으로 기도모임을 가졌다. 단순히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간증하며 서로를 위해 중보기도를 하기도 했다. 나의 이야기는 학우들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학교에서는 ‘마약을 이기고 회심한 인물’로 나름 유명세를 탔다. 이는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기에 과거의 내 삶을 솔직하게 간증했다. 처음에는 겁내는 사람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의 회심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 교회 집사님 중 한 분이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에 내 이야기를 전했고,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는 내게 본드 등 약물에 중독된 중·고등학생을 위한 재활교육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뜻 수용하기는 어려웠다. 약물이라면 정말 징글징글했기 때문이다. 나는 마약 중독의 끝을 경험해본 사람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까지 했던 사람이다. 마약과는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의 재활을 돕거나 돌보는 일을 하면 자연스레 마약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기도를 했다. 기도하는 가운데 자꾸만 나의 과거가 떠올랐다. 누군가 내게 약물 중독의 위험성을 일찍 알려주었다면 조금 더 일찍 정신을 차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나님께서는 내가 세상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약물에 빠져 일탈을 시작한 것이 청소년기였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셨다.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약물에 빠진 청소년들을 만나보니 과거의 나를 보는 듯했다. 대부분이 불우한 가정환경에 놓여 있었다. 불공평한 세상에 나름 저항하려 했으나 결국 이기지 못하고 본드나 약물 등을 택했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할 때마다 눈물이 났다. 동시에 이들에게 꼭 필요한 말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독은 세상 기준에서 볼 때 해결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성령께서 임하시면 한순간에 정리될 수 있다. 현재의 행동심리학은 중독을 ‘영적인 문제’라고 정의한다. 중독 상태를 일시적으로 중단시킬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것은 완벽히 치유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중단된 상태라면 언제든지 마약을 다시 시작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성령의 능력으로 복음이 전해져야 마약 중독을 완벽히 끊을 수 있다.

당시 만난 아이들에게 내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들을 위해 강력히 기도했다. 그렇게 사역을 지속하고 있을 즈음 KBS에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 내 삶을 소개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지금은 종영한 ‘이것이 인생이다’라는 프로다. 참 신기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그 누구의 주목도 받을 수 없었던 나와 내 삶을 세상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것과 심지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칭송받는 것 모두가 믿기지 않았다.

방송을 보고 한 교도소에서 근무하고 있던 분이 연락을 하셨다.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마약사범들을 교육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약 중독자들을 회복시키고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나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들어 쓰신 이유가 분명하게 있을 것이다. 온전히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따라 마약 중독을 극복했기 때문이다. 기도 끝에 교소도 사역을 감당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나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때에 맞게 적절한 동역자들을 붙여주셨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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