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용원 (4) 뇌출혈로 쓰러지신 어머니 위해 눈물로 기도

72시간 혼수상태서 기적적인 회복… 감사는 그뿐 또다시 방탕한 생활

입력 2015-04-16 02:35
[역경의 열매] 신용원 (4) 뇌출혈로 쓰러지신 어머니 위해 눈물로 기도 기사의 사진
성찬식을 진행하고 있는 신용원 목사. 신 목사는 “예수님의 보혈의 피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손에서 마약을 놓지 못했다. 후유증으로 머리털은 빠지고 치아도 문드러져 갔다. 가족과의 관계는 당연히 악화됐다. 약을 끊으려고 한국을 떠났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지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지를 고민했다.

뉴질랜드에 있을 때였다. 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형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셨고, 혼수상태라고 했다. 불과 얼마 전인 어버이날에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었는데 당시 어머니가 머리가 무겁고 아프다고 하셨던 기억이 났다. 의사는 감기라고 진단했지만 오진이었다. 뇌출혈이었다. 어머니가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당장 귀국했다. 병실 앞에서 절규했다. 하나님께 어머니를 살려주면 마약을 끊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겠다고 울면서 기도했다. 가족 모두의 간절한 염원에 대해 하나님은 응답하셨다. 어머니는 72시간 동안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나셨다. 정말 다행인 것은 뇌출혈을 앓은 대다수가 후유증으로 풍이 든다고 하는데 어머니는 이를 겪지 않으셨다. 만약 그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으면 후에 내가 회심하고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나 사역을 시작할 때, 나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완전히 회복하시고 집안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혹시 어머니가 다시 쓰러지실까봐 해외에 나갈 생각을 접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나는 하나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다는 것에 대한 감사를 금방 잊어버렸다.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했으리라. 어머니가 아프셨을 때는 다급한 마음에 하나님을 찾았었다.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내 바람을 들어주면 따르겠다는 치기 어린 기도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조차도 예쁘게 보셨고 응답하셨지만 나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를 살려주셨는데도 나는 약속으로 내걸었던 변화된 삶을 살지 못했다. 방황과 방탕의 시간은 계속됐다. 20대 후반부터 사채사업을 하거나 재즈바 등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또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결국 마약사범으로 여러 차례 수감생활을 했다. 수감생활을 하고 나면 자연스레 그간 이뤄놨던 사업의 성과들이 무너지기 마련이다. 돈도 잃고, 친구도 잃었다. 마약은 자아를 파괴시키고 무력감에 빠져들게 한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웃과 화목을 이룰 것을 권면하지만 마약은 사람들과의 관계와 자신의 내면을 파괴한다.

앞서 말했듯 마약 중독의 말로는 죽음이다. 마약 탓에 연거푸 수감생활을 하고 사업에 실패했지만 끊지 못했고, 그렇게 몇 번 동일한 과정이 반복되자 나는 지독한 상실감에 빠졌다. 그리고 스스로 생명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에까지 이르렀다. 뭘 해도 마약 때문에 안 될 것 같았다. 자살을 시도하기 전 내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장소는 경기도 파주에 있는 오산리 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이다. 왜 그곳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죽기 전에 하나님께 마음껏 따지고 싶었던 것 같다. 목 놓아 울며 기도하는 사람들 틈에 자리를 잡았다. 무엇을 간구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 다 놓아 버리려고 하니까 마음이 편안한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인생이 끝난다는 것에 대한 허무함도 있었다. 지난 일들이 주마등처럼 뒤엉켜서 지나갔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내 입에서 먼저 나온 기도는 단 한 문장이었다. “하나님 살고 싶어요.”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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