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신용원 (11) 순대공장·떡 판매사업 실패… 신용불량자 전락

‘마약중독자들이 만든 제품’ 의심받아… 옥상 올라가 “돈 필요해요” 눈물 기도

입력 2015-04-27 00:13
[역경의 열매] 신용원 (11) 순대공장·떡 판매사업 실패… 신용불량자 전락 기사의 사진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의 직업재활 사업장 ‘보리떡 다섯 개’에서 신용원 목사(앞줄 오른쪽)와 공동체 식구들의 모습
마약중독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여 내면의 회복이 일어나고 가정이 회복되는 것을 보며 많은 감동을 느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안된다. 그들은 어찌됐건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건강한 구성원으로 서야 한다. 직업재활훈련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야심 차게 시작한 순대공장의 출발은 괜찮았다. 나와 공동체식구들 모두 이 일에는 완전한 초보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즐거웠다. 희망이 보였기 때문이다. 순대를 만들어 납품하고 거래처도 점차 늘어났고, 공동체 식구들은 일하는 기쁨과 노동의 대가로 돈을 벌게 되는 보람을 다시금 느끼면서 행복해했다. 어떻게 이야기를 들었는지 언론사에서 찾아왔다. 마약에 중독 됐던 사람들이 약물의 유혹을 이겨내고, 순대를 만들어 팔고 있으니 충분한 이야기꺼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나보다.

인터뷰도 하고, 여러 가지 취재도 해갔다. 방송에도 소개가 됐다. 내심 기대를 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관심을 끌어서 장사가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방송이 되고 난 후 오히려 손님의 발길은 뚝 끊겼다. 마약에 중독 됐었던 이들이 만드는 순대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강한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다. 주변의 여론도 안 좋아졌다. 먹기가 찝찝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혹여 마약을 한 상태에서 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 마약에 대한 냉소적 시선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결국 이 주홍글씨는 지울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절망스러웠다. 결국 순대공장의 문을 닫았다. 마음을 잡고, 매일 열심히 살았는데 왜 이렇게 망해야만 하느냐며 떠나가는 이들도 생겼다.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여기서 무너질 수는 없다는 생각에 다른 일을 또 해보기로 했다. 은행에 가서 방송에 나온 내 이력을 걸고, 담보도 없이 사정사정해 대출을 받았다. 빚을 얻어서 떡을 만들고 판매하는 가게를 차렸다. 떡을 교도소에 납품 하려고 생각했다. 마약사범이었던 이들이 중독을 극복하고 열심히 일해 만든 떡을 재소자들에게 전달하면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심지어 떡에 몰래 마약을 넣어 재소자들에게 전달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업의 실패로 나는 신용불량자가 됐다. 집도 경매를 당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 단 한 번도 물질을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한 적이 없었는데 하루는 너무 답답해서 옥상에 올라가 “나 돈이 필요해요 하나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며 울며 기도하기도 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헤쳐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기고, 다시 재활사업에 도전했다. 전에 도전했던 떡 공장 재활사업장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 이름은 ‘보리떡 다섯 개’. 민간시장을 대상으로 떡을 판매하고, 이곳에서 얻은 수익의 일부를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 형태였다. 다행히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인천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안기획사업의 일환으로 수행되기도 했다.

앞서 2005년, 나는 세계마약퇴치의날 기념 국민근정포장을 수상했다. 엄청난 성과는 아니지만 나와 우리 공동체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됐다.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 같았다. 마냥 외면 당하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참 외로웠는데 조금씩 인정을 받는 것 같아 눈물이 났다.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했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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