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과 일로 `마약의 유혹` 떨친다

(::인천 마약 재활공동체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고추장에 살짝 찍어 깻잎에 싸먹는 찹쌀순대는 맛이 있었다. 마약 치료·재활 공동체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인천시 연수구 청학동의 순대전문점을 찾은 것은 지난달 29일 늦은 오후. 공동체 식구들은 저녁장사 준비를 하느라 일손이 분주했다. 공동체를 운영하는 신용원 목사는 이날도 서울 성동구치소에서 마약사범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강연을 하고 오느라 30분 늦게 도착했다.

“마약중독자들이 교도소 수감생활을 마치고 전문병원에서 치료 하는 것으로는 마약과의 질긴 고리를 끊을 수 없습니다. 이들이 재활해 직업을 가지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마약을 물리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신 목사는 자리에 앉자마자 마약으로부터의 진정한 해방은 결국 은 ‘빵’문제로 귀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 목사에 따르면 마약경험자들은 마약복용 중단으로 인한 금단 증상보다 사회부적응, 경제적인 곤란 등으로 좌절이나 절망을 느낄 때 훨씬 더 마약의 유혹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하는 대마초나 히로뽕 등의 마약은 헤로인 등 서양의 합성마약 보다 중독성이나 금단증상이 훨씬 덜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마약경험자들의 심리를 잘 아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많이 해봐서 안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신 목사는 실제로 마약으로 청년기를 보냈다. 고교때 처음 본드 에 손을 댄 이후 15년 이상 해보지 않은 마약이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마약 때문에 교도소에도 두 차례 갖다왔고 환각상태에서
자살을 기도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추락을 거듭하던 그는 한 목사를 만나 인생항로를 180도 바꿨고 신학대를 나와 목사가 됐다.

신 목사가 인천에 개척교회 겸 마약치료·재활공동체를 연 것은 지난 2001년. 마약중독자가 진정 마약을 끊는 것은 자활이라고 판단해 공동체를 만들었다. 처음엔 식구 2명으로 단출하게 시작했으나 신 목사가 중독자들의 심정을 워낙 잘 아는지라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점차 늘어났고 지금은 마약경험자들과 그 들의 가족을 합치면 공동체 식구가 40명이 넘는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시 수영동 팔도시장 내에도 쉼터형태의 공동체를 개설해 20 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마약재활 공동체일 것 이라고 자리를 같이한 양윤성씨가 거든다.

이들은 자활을 위해 2002년에는 떡공장을, 2003년에는 순대전문점을 차렸다. 압력반죽기 등 떡기계는 경기도 기흥의 한일식품에서 쾌척했다. 떡공장 ‘보리떡 다섯개’의 신동우 생산팀장은 “맛 하나만큼은 최고”라고 자신했다. 신씨는 2년 동안 수감생활 했던 영등포 교도소에 직접 만든 떡을 납품하러 갔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했다.

요즘 신 목사의 안색은 밝지 않다. 장기 경기침체 탓인지 최근 공장기계가 돌지않는 날이 더 많기 때문이다. “교도소, 구치소, 보호관찰소 등의 교정시설에 떡을 납품할 수만 있다면 마약경험
자 500여명의 자활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들의 자활을 돕는 공공기관이 전무한 상태에서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면 민간기관에서 정부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 목사는 요즘 한 달에 20일 정도 전국의 교정시설을 돌며 마약사범들을 만난다. “한 두시간의 상담과 강연으로 이들의 마음이 바뀐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출소 이후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대로 받으면 정상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자신감을 불어넣죠.”

마약중독의 굴레를 벗고 마약퇴치운동본부 인천지부에서 4년 동안 상담사로 일했던 양씨는 “특히 청소년 중독자들의 경우 이들의 마음을 만져줘야 진정한 상담이 이뤄질 수 있다”며 “상담기능이 더 활성화되면 중독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마약중독자가 수십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약치료병원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됐다. 박정배(가명)씨는 “한국과 미국의 중독자들이 주로 하는 마약은 다른데 재활치료프로그램은 미국식이어서 갓쓰고 양복입는 꼴”이라고 말했다. 그
는 또 “병원에서 중독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신경안정제와 항갈망제를 처방하고 의사 앞에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데 이 약에 중독 돼고통을 겪는 환자들을 흔히 봤다”며 체험을 털어놨다. 선별적인약물투여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신 목사는 마약경험자들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수차례 강조했다. “우리 이웃들이 편견없이 따뜻한 마음으로 마약경험자들을 대한다면 이들이 마약끊는 일은 담배끊는 것 보다 오히려 쉬울 것입니다.” 후원문의 032-818-8410, 011-9054-7815

인천〓한평수기자 ps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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